
다정한 마음이 채운 한 그릇 저자일운출판조계종출판사발매2024.05.02.

읽는 동안 모든 이야기가 봄꽃 같다는 생각을 했다.화원 가득 들어선 프리지어, 튤립, 장미 그런 꽃 말고 길 가다 문득 내려다보니 있는 민들레, 봄까치꽃, 냉이꽃 같은 그런 꽃들.별것 아닌 것 같은 재료들로 뚝딱뚝딱 만들어 소박하지만 정갈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내겐 사찰음식이란 건 늘 그렇게 봄이면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 같은 느낌이다.그러나 흔하디흔한 재료들로 집에서 만드는 것처럼 화려한 라인업의 조미료를 넣는 것도 아니라 별 맛이 있을까 싶지만, 적어도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반하는 맛이라고 한다. (먹어보고 싶다… 츄릅~)오랫동안 바쁘다다는 이유로 바깥 음식으로 삼시 세끼를 해결해야 했었다. 속이 부대끼고 불편해한다는 걸 알았지만, 배고픔을 견디고 음식 준비를 하기엔 시간도 여력도 없었기에 편리함을 선택했고 지금은 그 대가를 치르듯 불편한 속을 달랠 방법을 찾으며 지내는 중이다. 지금 내 몸 상태가 “내가 싫다고 했지? 꼭 당해봐야 아니?”라며 화를 내는 것 같아 미안하다. 생각해 보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오히려 먹고 아픈 상황이 되어버린 아이러니… 나 자신에게 세심하지 못하고 다정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하는 중이다. 매번 생각하지만, 책을 만날 때마다 제목만으로도 끌리는 이유는 그때의 내 상황이 그 책을 부르는 느낌이어서다.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신간 서적들 속에서 나를 향해 손짓을 하는 책을 놓치지 않고 용케도 찾아낸다는 느낌이랄까? 이 책도 그래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 이야기는 그냥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이야기에서 오히려 울림을 준다. 그런 책이기에 낮 시간에 읽으니 너무 가볍게 넘겨지는 것 같아 일부러 조용한 시간을 골라 다시 책을 펼친 뒤, 머릿속엔 익숙한 백운계곡을 그리고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 새소리가 가득한 그곳으로 나를 밀어 넣은 채 명상하듯 책을 읽었다. 솔직히 거창한 건 없다. 그저 욕심을 비우고 미움을 비우고 원망을 비우고,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있는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라는 얘기다.이야기 하나에 음식 하나를 소개하며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재료 준비부터 만드는 동안의 감사함을 생각하게 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들.그 느낌이 매일 오전 10시쯤 연못이 보이는 요사채 마루에 스님과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 뒤 음식을 내려놓으며 “ooo입니다. 맛보시지요.” 하는 느낌이랄까?그저 자연에서 그때그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죽 한 그릇, 조물조물 무친 나물 한 접시 같은 소박한 음식을 소개할 뿐인데도 책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평안을 주는 느낌이다. 앞만 보고 사느라 주변은커녕 나 자신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살아온 것에 실망하고 있을 때쯤 내 옆으로 살며시 다가와선 “그런 너라고 해도 여전히 아끼고 사랑할 가치가 있단다.”라고 말해 주는 것 같은,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 따윈 다 생략하고 건네는 화려하지 않은 고백에 포근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책을 가득 채웠다.소개된 이야기들도 지금의 내 생황에 맞게 다가오고, 소개된 음식들마저도 제철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것들이라 올 때가 되면 오고, 갈 때가 되면 가는 시절 인연 같은 이야기들이라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시간이었다. 다만….. 그 이야기의 끝에 음식 사진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는…… (아직도 욕심을 다 버리지 못한 것을 보니 수행이 더 필요한가보다…. ㅎㅎㅎ)